"저는 저로 사는 게 너무 지겨워요." 상담 선생님한테 말했다. "선생님은 '나는 이런 모습이다'라고 정해놓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니까 지겨울 수밖에요."라고 답했다. 난 신조가 있다. 폭력을 쓰지 않는다. 고함을 치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이런저런 신조를 만들어 놓고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다 아버지의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십 년 넘게 운전을 하면서도 화를 낸 적이 드물어요. 화가 전혀 나지 않아요." 이렇게도 말했다. "화가 날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는 거죠, 태랑 씨는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본인한테 여지를 좀 주세요." 상담 선생님이 말했다.
전 애인도 신조가 있었다.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다툴 때 "왜 거짓말을 해?"라고 하면 화를 냈다. 다른 건 몰라도 자긴 거짓말은 하지 않고, 그걸 꼭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애인 사이에 바람을 피우는 것보다 더 큰 거짓말이 또 있을까? 전 애인도 본인한테 여지를 좀 주면 좋겠다. 난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바보 같은 짓이라도.
밤마다 일으키는 공황 발작을 가위눌리는 거랑 비슷하게 생각해 보자고 했다. 가위를 눌리지 않기 위해서는 온몸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푼 채로 침대에 눕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자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을 하고 편한 마음으로 누웠는데 어김없이 가위에 눌렸다. 갈 길이 멀다. 갈 길이 멀다는 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
죽고 싶다는 생각엔 여러 변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제 죽어도 되지 않나? 앞으로 남은 즐거움이 없을 것 같은데? 인생 다 살아본 것 같은데?' 이런 생각도 변형 중 하나다. 이게 사실일 리 없다. 나는 아직 할 게 많다. 그러니, 도움 요청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지. 호의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지.
내가 아직 못 찾은 다른 보석(같은 내 모습)을 찾아봐야지. 아직 개간하지 않은 황무지에 눈길을 돌려봐야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고, 예쁜 구석이 꼭 있을 것이다. 나도 나를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말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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