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인모는 한모 대신 깡패들한테 맞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다 얘기해주려 그랬는데, 근데 마음이 변했어. 왜냐면 내가 자존심이 상했거든. 니들처럼 배운 게 없는 놈들은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람은 이렇게 다루면 안 되는 거야. 우린 위대한 문명을 창조하고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도록 제도를 발전시키며 살아왔거든? 니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살아도 절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이 양아치 새끼들아.”
"니들은 날 짐승처럼 다뤘어. 그건 단지 나 개인을 두들겨 팬 게 아니라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피 흘리면서 이룩한 위대한 유산을 짓밟은 거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거라고!”
나도 존엄성을 짓밟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내 뺨을 수도 없이 때렸다. 내 존재 자체가 무가치하다고 여겨진다. 나를 속일 수 밖에 없었을까? 최선의 선택을 한 걸까? 그 행동을 감당할 만큼 단단한 사람이었던가? 생각할수록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그 사랑을 이루고 싶을까? 그런 사랑이 있나? 아직 이해되지 않는다.
올 겨울 나는 무너져 있다. 어제 겨우 잠든 사이에 허공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꿈을 꿨다. 자정에 깨니 베개가 폭 젖어있었다. 나도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데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자포자기 심정이 된다. 답답함이 어서 풀렸으면 좋겠다. 선생님에게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미워할 힘조차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끼니를 챙기는 게 미련스럽고 일상을 이어가는 게 창피하다. 아직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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