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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겨울엔 다들 좀더 아파지니깐

죽을 힘을 다해

 사력을 다한다는 말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애도의 기간에 내가 죽음을 너무 쉽게 입에 담고 있지 않은가, 반성을 했다. 

 그동안 악몽 때문에 잠을 통 자지 못했다. 꿈은 자살 시도에 성공하지 못해 내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 채로 목숨이 붙어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떠밀려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모처럼 맑은 정신에 그 악몽이 삶의 은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게 그토록 고통스럽다는 얘기였다.

 내 감정을 보살피라고 다들 얘기하는데 어떤 게 진정 나를 보살피는 일일까. 잠시 쉬라고 하는데 나야 정말 쉬고 싶었으니 잘 됐다.

 난 미련하게 살아있고 싶지 않다. 

 제발 지혜와 용기를 주세요.

 이게 다 정말 멍청한 생각일까?

 살기 위한 장치를 여러 개 구비해 뒀다. 그게 다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 살았다. 오늘은 수업 마치고 기별 없이 본가에 다녀왔다. 지난봄 이후로 아버지와 처음 식사를 했다. 이렇게 인사했으면 됐다. 그런 생각을 했다.

 자기가 날 슬프게 한 것은 맞지만, 나의 선택이 모두 자기 탓은 아니야. 오래 원망하지 않았음 한다. 친구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참 긴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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