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자주 꿈을 꾼다. 꿈에서 나는 고립되어 있고,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다.
어떤 꿈에서는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이 막혀 있다. 숨도 쉴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 당황한 나는 얼굴을 매만지며 꿈에서 깨어난다. 깨어난 후에도 얼굴이 얼얼하다. 스스로 뺨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멍하니 앉아 있다.
다른 꿈에서는 날카로운 창과 칼에 찔려 죽어가고 있다.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입에선 피가 쏟아지고, 고통보다는 매캐한 냄새와 쇠 맛이 느껴진다. 내 몸은 창과 칼에 고정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도, 누울 수도 없다. 죽음이 멀게만 느껴진다. 꿈에서 “살려달라”가 아니라 “죽여달라”고 빈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어디선가 또 창이 날아와 몸에 박힌다.
내가 홀로 죽어가고 있는 꿈이 이어진다. 아무도 없는 행성, 텅 빈 우주, 혹은 심해 속에서 나는 서서히 얼어가거나 몸이 짓이겨진다. 심지어 수압으로 인해 피부가 벗겨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말은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꿈은 이런 것들이 있다.
목을 매달았다가 줄이 끊어져 살아난다. 목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고, 뼈는 부러진다. 병원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지만, 이제는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다. 손목을 그었으나 겁에 질려 깊게 베지 못했고, 옥상에서 떨어졌으나 살아남았다.
간이식 때보다 내가 실제로 겪었던 어떤 신체적 아픔보다도 더 고통스럽다. 꿈에서 죽음을 애원한다. 슬퍼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꿈에서 깨면 한참 울다가 실제론 슬퍼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고 되뇌인다. 괜찮아. 괜찮아. 주문을 건다.)
간헐적으로 해리를 경험하곤 했다. 운전하는 중에는 위험하다. 붕 하고 몸이 떠오르는 기분이 들고 핸들 조작을 할 수 없다. 지난주 금요일, 수업 중 또 일시적인 해리를 겪었다. 약 두 시간 동안의 기억이 사라졌고,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몸을 벗어나 있었다. 분명 깨어 있었지만 정신은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수업을 진행하려 애를 썼지만, 나 스스로를 붙잡고 있다는 느낌만이 남았다.
꿈과 해리 경험이 반복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무력감이다. 꿈에서 나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죽어가거나 고통 속에 고립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이런 무력감을 벗어나려 하지만, 몸과 정신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다.
클로나제팜, 노르작, 드록틴, 할로페린돌, 리튬을 먹는다.
어제부터 미워지기 시작했다. 원래 화가 나고 미워지고 가련해졌다가 용서를 하고 편해지는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거꾸로다. 나한테 화가 나고 내가 계속 미웠다. 이 감정이 나한테 가장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 나를 가련하게 생각하고, 나를 용서하고, 결국 편해지자. 나를 챙길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25년도 아주 길 것으로 예상된다. 겁이 나지만, 죽지 않고, 죽고 싶지만, 죽지 않고, 죽지 않고, 죽지 않고, 살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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