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제일 안타까운 것은 이 사람을 괜히 만났다고 후회될 때이다. 좋아서 만났고, 서로 관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는데, 상대가 바람이 나서 나를 떠나갔을 땐, 나는 후회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좋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첫 만남부터 나눴던 대화, 함께했던 시간 모두 깊은 후회가 된다. 나에 대해 알려준 것도, 나를 드러내 보여준 것도 후회한다.
연인은 나의 가장 약한 모습을 알기 쉽다. 그 사람이 내 약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때론 역겹게 느껴진다. 혼자 있을 때 자주 운다.
그 둘이 절대로 행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만큼만 아팠으면 한다. 그리고 똑같은 일을 당하길 빈다. 구세주 컴플렉스가 있다던 내가 낙담에 낙담을 거듭하며 악담을 하고, 사람을 끌어내리는 지경까지 떨어졌다. 내가 생각하던 최악의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다. 왜 나만 고결하고 세련되어야 하는데? 억울한 마음이 든다. 왜 내가 용서해야 하는데? 왜 내가 당해야 하는데? 왜 내가 살아야 하는데?
내가 죽지 않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도 그 사람이 내가 떠나고 나면 너무나 마음 아파할 것 같아서였다. 그 마음으로 겨우겨우 죽고 싶은 걸 참고 새해를 맞았다. 왜 나만 이해해 줘야 하는데? 바보 같다.
다음 단계는 뭘까. 빨리 단계를 모두 통과하고 편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