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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겨울엔 다들 좀더 아파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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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200힝구. 무너진다.
약을 늘린 지 2주가 지났다. 이제 약효가 드는 걸까? 그제도 어제도 잘 잤다. 머리가 조금 도는 기분이다. 어제는 공황발작도 없었다. 기분을 1에서 10힝구로 표현하자면 7힝구 정도였지만, 버틸만 했다. 화요일반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야외수업을 갔다.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아이들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더 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너무 빨리 괜찮아지려고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올겨울 안에 우울감이든 자살징후든 다 떨쳐내고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그런데도 여전히,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7힝구가 아니라 사실은 9힝구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이제는 잠도 자니까 결국 괜찮아질 것이..
2020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질문 : A friend is oo. 친구란 oo이다.2020년 2월 5일 그때그때 가까운 사람이 있는 것이다.2021년 2월 5일 친구란 게 있는 걸까?2022년 2월 5일 친구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존재. 지우를 만나고 소라를 만났다.2023년 2월 5일  새로 깊게 좋아질 수 있는 사이. 다나와 친구가 되었다.2024년 2월 5일  창흠이가 한국에 오래 있는 동안 자주 못봐서 마음에 걸린다.질문 : What are three things you want to have at this moment? 당장 갖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면?2020년 2월 7일 내 집, 새 차, 애플워치2021년 2월 7일 내 집, 새 신발, 새 몸2022년 2월 7일 내 집, 내 바이크, 새 차2023년 2월 7일 내 집..
2020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양아가 5년 일기를 선물로 줬고 빈칸 없이 착실히 채웠다. 일기든 스케쥴러든 한 권을 다 쓰고 나면 디지털 작업을 하고 실물을 버린다. 5년의 기록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질문 : What is your purpose in life?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2020년 1월 1일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 즐겁게, 옳게 사는 것2021년 1월 1일 피해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2022년 1월 1일 예술과 교육을 하며 살기2023년 1월 1일 일단 계속 살아내는 것2024년 1월 1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질문 : Can people change?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2020년 1월 2일 당연히 변할 수 있다.2021년 1월 2일 변할 수 있다.2022년 1월 2일 변할 수 있다...
기도 원남교당에 갔던 일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 그리고 지금 지혜로운 말이 필요하기도 하고, 오늘 다섯 시 법회를 가야겠다고 지난주부터 마음먹었다.지지하는 친구와 헤어지고 법당으로 가는 길에, 또 바보 같이 낯선 표정 하나라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도로 집에 돌아왔다.기도문을 받았다.(전략)그럼에도 너무 큰 경계 앞에 기도할 힘도 없다면.잘 먹고잘 자고잘 쉬면서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고아끼는 마음만은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처럼계속 살아있게 하옵소서.(후략) 계속 살아있게 하옵소서.
운신의 폭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할수록, 내 행동과 감정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내가 배운 해리 현상의 대표적인 예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사람을 증오하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해리된 상태로 그 사람에게 폭력을 행한다는 사례였다. 내가 그만큼 화가 나 있었던 걸까? 하지만 지금 내 상황과 딱 맞는 예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다시 잘되고 싶은 미련보다는 배신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건데, 객관적으로 이게 이렇게까지 힘들 만한 일인가 싶어서 스스로도 의아하다.오늘 정신과에서는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이 커서 알코올중독자를 만나는 사례를 얘기했다. 흔한 사례다. 연애할 땐 알코올중독자가 아니었어도 중독에 약한 상대는 결국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만다. 딸은 이게 내 운명이겠거니 생각한다. 아버..
이별 후 제일 안타까운 것 이별 후 제일 안타까운 것은 이 사람을 괜히 만났다고 후회될 때이다. 좋아서 만났고, 서로 관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는데, 상대가 바람이 나서 나를 떠나갔을 땐, 나는 후회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좋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첫 만남부터 나눴던 대화, 함께했던 시간 모두 깊은 후회가 된다. 나에 대해 알려준 것도, 나를 드러내 보여준 것도 후회한다.연인은 나의 가장 약한 모습을 알기 쉽다. 그 사람이 내 약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때론 역겹게 느껴진다. 혼자 있을 때 자주 운다.그 둘이 절대로 행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만큼만 아팠으면 한다. 그리고 똑같은 일을 당하길 빈다. 구세주 컴플렉스가 있다던 내가 낙담에 낙담을 거듭하며 악담을 하고, 사람을 끌어내리는 지경까지..
템플스테이 여일의 조언에 따라 템플스테이를 가기로 했다. 오늘 버스 티켓을 끊었다. 완도 신흥사. 독방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절에서 바다가 보인다고 한다. 난 늘 바다보다 산이 좋았다. 바다보다 산이 덜 싫었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물처럼 변화무쌍하고 유연하고 낮은 곳을 좋아하는 겸손함을 겸비한 지혜로운 사람과 산처럼 흔들림 없이 변하지 않고 넓은 품을 가진 인자한 사람. 지금의 나는 두 모습 모두 없다. 흔들리고, 닫혀 있고, 경직되어 있다. 나한테 필요한 건 산일까 물일까.  오늘도 마음이 여러 번 쿵 내려앉았다. 괜찮아지긴 하는걸까.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