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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겨울엔 다들 좀더 아파지니깐

tell me quando quando quando

https://www.youtube.com/watch?v=tTYzGEvLvMc

07:00 센트럴 터미널 도착

커피랑 차에서 먹을 간식을 사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른 시간에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터미널에 많다.

07:30 버스 탑승

5시간 동안 타고 갈 버스에 탑승한다. 예슬이가 보내준 눈찜질팩을 챙겼다. 3시간쯤 푹 잔다. 침대보다 버스가 더 편했다. 히터가 따듯해 잠이 솔솔 온다. 다만 건조해 기침이 계속 난다. 

12:40 완도 도착

터미널 의자에서 짐 정리를 다시 한다. 차에서 먹으려던 초콜릿은 가방에 넣어놨더니 히터 열에 다 녹아 한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별 수 없지. 식당까지 걷는다. 완도가 고향인 보리가 식당을 추천해 줬다. 식당보다는 건너편 로또가게가 목표다. 작년에 백부님이 2등에 당첨됐다고. 과연 가게 앞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좋겠다. 2등. 2등 되면 보리랑 반반 나누기로 했다. 

13:20 완도네시아 도착

템플스테이 추천해 준 여일이 완도네시아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커피가 절실했으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점심은 절반 밖에 먹지 못했다. 완도는 서울보다 덥다. 낮기온이 14도까지 올라갔다. 

14:00 신흥사 도착

오늘 템플스테이 신청자는 나 혼자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10명이 나갔다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구나. 절은 아담하고 깨끗하다. 숙소 안내를 받았다. '염화'방 옆 '미소'방. 방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쉬었다가 30분에 대웅전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14:30 대웅전

한자에 익숙하냐고 묻는다. 모른다고 답했다. 현판 하나하나 정성 들여 설명을 해주신다. 아침, 점심, 저녁 공양시간과 예불 시간을 안내받았다. 참여는 자유. 설명을 듣고 절을 한 바퀴 돈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 앞에 앉았다. 바닥이 차다. 강아지가 두 마리 보였는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탑을 돌았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15:30 미소방

책꽂이에 있는 책을 두어 권 빼서 본다. 몸과 마음이 건조하다. 오래 버스를 타고 와서 꾀죄죄한 몸을 씻었다. 1월 말까지 써야 하는 원고가 6,000자. 원래 하루 500자씩 꾸준히 쓰는데 이번 달은 그러지 못했다. 이번 템플 스테이의 목표는 글을 완성해서 나가는 것. 꼼꼼하게 바디로션을 발랐다. 

17:00 미소방

6,000자를 단숨에 썼다. 내일까지 뭐 하지? 여일에게 계시는 동안 이기적으로 재밌게 보내다 오세요, 목탁 쳐도 무시하고 주무시고.라고 메시지가 왔다. 그래야겠다.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편안하다. 엄마 여기 좋다. 스님이 될까 봐. 했더니 전화가 온다. 

17:30 저녁 공양

시간 맞춰 저녁을 받아먹었다. 각종 나물에 전복. 스님도 전복을 드시는구나. 잘 드시는구나. 

18:30 미소방

천천히 먹고, 마당 한 바퀴 돌고 방에 들어와도 초저녁이다. 진아가 준 가습기를 튼다. 면도를 하면서 책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생각한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마이클 부블레의 콴도 콴도 콴도가 재생된다. 아마 완도랑 발음이 비슷해서인 듯. 노래를 튼다. 마음이 여전히 편하다. 

22:40 미소방

한숨 자고 일어났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영원히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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