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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겨울엔 다들 좀더 아파지니깐

없던 일로 만들기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1월 5일부터 어제까지 날짜를 2025년이 아니라 2024년으로 적었던 걸 방금 알게 됐다. 연초마다 하는 실수다. 대충 줄을 긋고 4를 5로 바꾼다. 이렇게 없던 일처럼 만들고 싶은 일들이 있다. 이를 테면 지난 연애 같은 것. 나도 지난 연애 얘기를 그만하고 싶다. 나도 지겨운데 듣는 사람은 얼마나 지겨울까. 

 어제 한 시에 자서 중간에 한 번 깨고 여섯 시에 일어났다. 정말 푹 잤다. 기분이 좋았다. 금요일마다 힘들어서 조퇴를 했는데 오늘은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의정부에서 잤기 때문에 서울까지 한참 운전을 해야 하는데 오는 길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길이 막혔는데도 그랬다. 음악을 들었다. 음악이라니. 휘파람도 불었다. 세상에. 나 진짜 거의 다 나아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침 일곱 시에 모텔에서 출발해서 여덟 시 반에 집에 도착했다. 오전 회의가 오늘 없었기 때문에 여유 있었다. 다음 주 연휴가 길기 때문에 할 일이 많았다. 다음 달 선생님들 월급 확정도 하고, 1월 수업비 미납 안내도 보내고, 돌봄 선생님 1월 근무 내역도 정산하고 착실히 일했다. 머리가 맑았다. 중간중간 안 좋은 생각이 났지만 잘 넘겼다. 자해도 하지 않았다. 내가 대견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오늘도 조퇴했다.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큰 소리에 취약해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여지없이 공황발작을 한다. 작은방에 누워있다가 안 되겠다고, 가야겠다고 선생님들한테 말하고 나왔다.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자마자 정성 들여 씻고 빨래를 돌리고 침대에 엎어져서 조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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