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스팅/겨울엔 다들 좀더 아파지니깐

집에서 자는 게 고통이다.

다행히 며칠간은 잠을 잤다. 꿈을 꾸지만, 깨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약 때문일 것이다. 우울함은 여전하다. 어젯밤에는 정말, 정말, 정말로 우울했다. 혼자 있을 자신이 없었다. 화요일 아침, 운동을 하고 양주에 사는 친구 집에 갔다. 마당에 겨울 땔감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눈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던 것 같다. 팔레트 위에 하나씩 땔감을 옮겨 쌓아 두고 덮개를 덮었다. 온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찼다. 여행 온 기분으로 의정부에 숙소를 잡았다. 집에서 자는 게 고통이다. 어플 사진보다 훨씬 좋지 않은 실물에 실망했지만, 하루 자는 거고, 집보단 나을 것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에 물을 적셔 널어두었다. 그리고 잠을 청했다. 휘융. 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저녁 먹고 헤어진 친구한테 연락 왔다. 다음날 새벽 수영에 가기 전에 아침이나 먹자고 했지만, 회의가 있다고 거절했다. 10시에 시작한 온라인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휑한 마음에 바람이 불었다. 오늘이 굉장히 힘든 하루가 되겠다는 직감이 들어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우면동으로 출근했다. 어린이 픽업은 다른 선생님이 대신해준다고 했고, 오후 다섯 시 보호자 미팅과 여섯 시 반에 예정된 수업 준비를 했다. 그런데 두 일정 모두 취소되었다. 체력을 생각하면 잘된 일이었겠지만,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운이 빠지고, 몸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다섯 시 십 분쯤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저녁은 삶은 계란과 방울토마토로 때웠다. 울면서 샤워를 하고, 울면서 빨래를 돌리고, 울면서 건조기에 옷을 넣었다. 그리고 또 울면서 잠들었다.

지겹다, 우는 것도.

'포스팅 > 겨울엔 다들 좀더 아파지니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0) 2025.01.17
다시 자해  (0) 2025.01.17
계단  (0) 2025.01.15
  (0) 2025.01.15
2020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0)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