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줄였지만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뇨처럼 이것도 계속 품고 달래며 살아가야 하는 내 '요소'인 듯하다. 준이치가 죽었을 때 나도 이랑 씨가 자살을 할까 걱정했다. 이랑 씨의 언니가 죽었을 때 준이치가 아직 있으니까 죽진 않겠다. 생각했던 것도 오늘 기억이 났다. 이랑 씨가 SNS 계정에 추신으로 오랜 친구들. 준이치가 죽은 뒤 곧바로 내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면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자살하지 않아요.라고 남겼다. 안심이 되진 않는다. 내가 궁극적으로 죽음을 원하는 것은 관심받기 위해서인가 라는 생각을 팬티 바람으로 했다. 인중 위에 바셀린을 습관처럼 발랐었는데 바르지 않은지 한참 됐다. 냉동실에 창흠이가 준 원두가 있다. 이제 꺼내서 마셔야지. 완전히 봄이 된 기분으로. 사무실 프린터가 고장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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